MY PEOPLE 08
브랜드 대표 | 김현욱
에디터 | 조서형
“숲섬이 선물한 고요한 시간"
@veenu.82
한눈에 보는 My People의 이야기
자전거 문화 기반의 패션 브랜드 '히치'를 운영하는 김현욱 대표와 GQ 코리아의 조서형 에디터는 이제 막 첫돌을 앞둔 아이의 부모이자,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부부이다. 남편에게 자전거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즐거운 수단이자 사람들을 만나는 연결고리이며, 아내에게 글쓰기는 치열한 자아실현의 과정이자 가장 큰 성취감을 주는 일이다.
올여름, 이들 가족은 강화도에 위치한 세컨하우스 '숲섬'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온전히 세 식구가 함께한 이 시간은 단순한 휴가를 넘어, 도시의 빠른 속도에서 벗어나 가족만의 고요한 리듬을 찾는 기회가 되었다.
넓은 숲섬의 공간은 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이에게 마음껏 세상을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마당의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소리를 내며 노는 아이의 모습은 부부에게 가장 큰 휴식을 선물했다. 쾌적한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나누는 일상은 이들에게 온전한 쉼으로 다가왔다.
김현욱 대표와 조서형 에디터에게 숲섬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집중하고 삶의 여유를 되찾게 해준 '집'이었다
Q. 짧게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김현욱: 안녕하세요. 저는 히치 운영하고 있고 아이 육아하고 있는 김현욱이라고 합니다.
조서형: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고 콘텐츠 만드는 8년 차 잡지 에디터 조서형이라고 합니다.
Q. 현욱님,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히치'라는 브랜드를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김현욱: 처음에는 중고등학교 때 통학용으로 자전거를 탔어요. 그러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한 사람의 책을 읽게 됐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다양하게 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을 또 만나고, 저희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 집에 초대받기도 하면서 자전거는 계속 생활처럼 타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금 '히치'를 같이 하는 동업자 형을 만나 "우리 자전거랑 어울리는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가 돼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자전거 여행은 주로 혼자 다니셨나요?
김현욱: 해외에서는 거의 혼자 다녔습니다. 국내에서는 '먼슬리 바이크 패킹'이라는 커뮤니티 분들과 함께했고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와 함께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태어났는데, 곧 돌이라서 돌이 지나면 아이와 같이 여행 가려고 계획 중입니다.
Q. 아이와 함께하는 해외 자전거 여행은 몇 살 정도부터 괜찮을까요?

김현욱: 저희는 올해 12월, 아이가 14~15개월 때 짧게 가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조서형: 저희가 집에 초대했던 외국인 가족들을 보면 생각보다 더 일찍, 심지어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거나 엄마 혼자 아들 둘을 데리고 여행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몇 개월부터 가능하다'고 검색 엔진에 의존해 너무 규정지어 생각했나 싶었어요. 오히려 우리가 정하기에 따라 언제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연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씩 외국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지내는 게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27살에 간호대에 입학하고, 식당도 5년간 운영하시는 등 다이내믹한 커리어를 거치셨습니다. 나름의 선택 기준이 있었을까요?
김현욱: 27살에 간호대에 들어갔는데, 그전에는 거의 여행 다니고 잠깐 아르바이트하며 지냈어요. 간호대에 간 건 여행을 더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전문직이라 다른 직업에 비해 재취업이 쉬운 편이고, 봉사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간호사 일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5년간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그중 2년이 코로나 시기였는데, 저녁 장사를 하던 식당이라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는 찰나에 파견 간호사를 모집하더라고요. 몇 번 지원했다가 합격해서 3주 정도 다녀왔습니다.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뭐 하나를 제대로 완결 짓지 못하다 보니, 그때그때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을까?', '뭐가 관심이 있나?' 생각해서 큰 고민 없이 선택하고 또 큰 고민 없이 포기하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당시에는 어떤 기준을 갖고 했다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것 같습니다.
Q. 서형님, 글 쓰는 일이 직업이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조서형: 원래 외국어 공부를 좋아해서 무역학을 전공했는데, 생각보다 수학적인 부분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그쪽 머리가 없어서 대학 생활이 재미없었어요. 그때 유행하던 대학생 기자단이나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조차 너무 재밌었어요. 글 쓰고 사진 찍는 게 훨씬 재밌다고 느꼈죠. 졸업 요건 때문에 베트남 무역회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마침 같은 건물 위층에 한인회 신문사가 있었어요. 인턴보다 신문사 아르바이트를 더 재밌게 하면서 '무역 일은 계속할 수 없겠다' 싶어 졸업 후 에디터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Q. 에디터로서 글을 쓴다는 건 블로그에 쓰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조서형: 블로그에 제 생각을 쓰는 것과는 확실히 달라요. 회사나 브랜드의 입장, 광고 등 여러 맥락을 짚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글을 써야 하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잘 안 쓰는 한자어나 고어를 쓰며 아름다운 글에 빠진 적도 있었는데, 잡지 글은 읽기 편하고 필요한 정보를 담아야 하니까요. 독자층도 명확하고요.
Q. 그동안 어떤 매체들을 다루셨나요?

조서형: '고아웃(Go Out)'이라는 아웃도어 매거진에서 시작해, 3040 남성을 타겟으로 한 독립 잡지 '볼드저널(Bold Journal)'에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 외에도 직방에서 만드는 주거 생활 매거진이나 기후 위기 관련 잡지를 2년 정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러다 2년 전, 예전부터 가장 멋있다고 생각했던 남성 패션지인 'GQ 코리아'로 이직했습니다. 지금은 웹사이트 담당자로 일하는데, 주 독자층이 3040 남성분들이라 모바일로 읽기 좋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사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의외로 남성분들이 살림 꿀팁 같은 것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요즘은 혼자 사는 3040 남자들의 관심사가 제 가장 큰 관심사인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조서형: 제게는 '일'이라는 틀 자체가 동기 부여가 됩니다. 약속된 월급을 받고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일을 지속하게 만들죠. 그 틀 안에서 지내다 보면 좋아하는 분야가 더 깊이 있게 확장되는 것 같아요. 결국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선택해서 계속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을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죠.
김현욱: 저는 지금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을 빠르게 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데,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일을 지속하려면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미흡해요.
Q. 현욱님은 자전거 타는 것 자체가 좋으신 건가요, 아니면 목적지로 가는 과정이 좋으신 건가요?
김현욱: 어딘가 목적지로 가고, 여행을 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자전거는 수단인 셈이죠. 자전거 자체가 엄청 좋다기보다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이 좋더라고요. 원하는 공간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거나 캠핑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것들이요.
Q. 현재 두 분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김현욱: 지금은 쉼이 제게 특별하지 않아요. 아이와 함께하고, '히치' 일을 하고,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삶 자체가 그냥 쉼 같아요. 조서형: 예전에는 돈을 벌지 않는 상태가 쉼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생각이 바뀌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마음이 편하고 즐거우면 돈을 벌면서도 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쉰다'의 정의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Q. 아이가 태어난 후 '쉼'에 대한 개념이 '혼자만의 시간'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뀐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현욱: 예전에는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태어나니 주변에서 "몇 시간 맡아줄 테니 카페라도 다녀오라"는 제안을 많이 해주시는데, 오히려 셋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저에게는 휴식이라는 게 와닿더라고요. 아이가 보채고 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셋이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고 충전되는 느낌이 듭니다.
Q. 살고 계신 집을 '볼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내어주고 계십니다.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조서형: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어요. 청소도 해야 하고, '내가 왜 무료로 이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죠. 하지만 남편이 자연스럽게 설득했고, 방문했던 친구들이 늘 새로운 자극을 줬어요. 저 또한 과거에 '카우치서핑'을 통해 여행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고요. 한번은 미국에서 자전거 가방을 만드는 커플이 머물다 갔는데, 여행이 끝난 후 저희 '히치'의 특별 모델을 제작해주기도 했어요. 자연스럽게 파트너십으로 연결되더라고요.
Q. 일과 가족 시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 현욱님은 스스로 '느슨한 태도'를 가졌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현욱: 지금은 균형이 안 맞는 거죠. 일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까요. 번아웃이 올 수도 없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았거든요. 제 태도 문제인 것 같아요. 저에게 일은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끝까지 밀어붙여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조서형: 저는 반대예요. 일을 통한 인정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가 굉장히 큰 편이라, 과거에는 삶 전체가 일에 빠져드는 스타일이었어요. 당연히 거기서 오는 성취감도 크지만, 좌절감도 컸죠. 지금은 가정이 생기면서 일과 삶이 양립 가능한 태도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Q. 이번에 머무신 세컨하우스 '숲섬'에서의 시간은 어떠셨나요?

김현욱: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는데, 집이 좁아 늘 부딪힐까 걱정이었어요. 이곳은 공간이 넓고 걸리는 구조물이 없어 아이가 마음껏 돌아다니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침실, 거실, 부엌이 명확하게 분리된 구조와 쾌적하고 큰 부엌이 마음에 들었어요.

조서형: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서는 아이가 마음껏 두드리고 소리를 내도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아 편했어요. 또 집에서는 해야 할 일이 계속 눈에 보이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으니 온전히 쉬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Q. '숲섬'에 오기 전,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요?

조서형: 예전에는 휴식 시간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읽거나 제 글을 쓰는 걸 좋아했는데, 아이가 생긴 후로는 그런 개인적인 시간이 줄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와서는 남의 글도 많이 읽고, 여유가 되면 일기도 좀 쓰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서 세 끼를 같이 챙겨 먹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초대해서 여름휴가처럼 보냈는데, 정말 좋았어요.
Q. 서울에서의 일상과 '숲섬'에서의 삶의 속도는 어떻게 달랐나요?

김현욱: 이곳은 독립된 공간이라 온전히 우리 시간으로 쓸 수 있어서 모든 게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집과 마당, 산책로 안에서만 생활하게 되니 더 편안하고 고요했죠.

조서형: 저희가 사는 성수동 근처는 항상 분주해요. 카페에 누가 찾아오거나 근처에서 팝업 행사가 열리면 잠깐이라도 다녀오곤 했죠. 여기서는 갑자기 찾아오는 사람이나 참여해야 할 행사가 없으니, 24시간이 온전히 제게 주어진 느낌이 들어 정말 좋았습니다.
Q.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김현욱: 둘째 아이 계획이 있습니다. 새로운 식구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저희에게는 엄청난 변화일 테니, 우선은 그 정도의 계획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 봐야죠. 계획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Q. 마지막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현욱: 제가 제 인생도 똑바로 살고 있지 못해서 남에게 조언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살아보니,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흐름대로 즐겁게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비교해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조서형: 지금 당장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자책할 때도 있겠지만, 나중에 멀리서 보면 우리 모두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들 충분히 잘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veenu.82
한눈에 보는 My People의 이야기
자전거 문화 기반의 패션 브랜드 '히치'를 운영하는 김현욱 대표와 GQ 코리아의 조서형 에디터는 이제 막 첫돌을 앞둔 아이의 부모이자,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부부이다. 남편에게 자전거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즐거운 수단이자 사람들을 만나는 연결고리이며, 아내에게 글쓰기는 치열한 자아실현의 과정이자 가장 큰 성취감을 주는 일이다.
올여름, 이들 가족은 강화도에 위치한 세컨하우스 '숲섬'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온전히 세 식구가 함께한 이 시간은 단순한 휴가를 넘어, 도시의 빠른 속도에서 벗어나 가족만의 고요한 리듬을 찾는 기회가 되었다.
넓은 숲섬의 공간은 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이에게 마음껏 세상을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마당의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소리를 내며 노는 아이의 모습은 부부에게 가장 큰 휴식을 선물했다. 쾌적한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나누는 일상은 이들에게 온전한 쉼으로 다가왔다.
김현욱 대표와 조서형 에디터에게 숲섬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집중하고 삶의 여유를 되찾게 해준 '집'이었다
Q. 짧게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김현욱: 안녕하세요. 저는 히치 운영하고 있고 아이 육아하고 있는 김현욱이라고 합니다.
조서형: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고 콘텐츠 만드는 8년 차 잡지 에디터 조서형이라고 합니다.
Q. 현욱님,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히치'라는 브랜드를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김현욱: 처음에는 중고등학교 때 통학용으로 자전거를 탔어요. 그러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한 사람의 책을 읽게 됐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다양하게 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을 또 만나고, 저희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 집에 초대받기도 하면서 자전거는 계속 생활처럼 타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금 '히치'를 같이 하는 동업자 형을 만나 "우리 자전거랑 어울리는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가 돼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자전거 여행은 주로 혼자 다니셨나요?
김현욱: 해외에서는 거의 혼자 다녔습니다. 국내에서는 '먼슬리 바이크 패킹'이라는 커뮤니티 분들과 함께했고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와 함께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태어났는데, 곧 돌이라서 돌이 지나면 아이와 같이 여행 가려고 계획 중입니다.
Q. 아이와 함께하는 해외 자전거 여행은 몇 살 정도부터 괜찮을까요?
김현욱: 저희는 올해 12월, 아이가 14~15개월 때 짧게 가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조서형: 저희가 집에 초대했던 외국인 가족들을 보면 생각보다 더 일찍, 심지어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거나 엄마 혼자 아들 둘을 데리고 여행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몇 개월부터 가능하다'고 검색 엔진에 의존해 너무 규정지어 생각했나 싶었어요. 오히려 우리가 정하기에 따라 언제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연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씩 외국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지내는 게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27살에 간호대에 입학하고, 식당도 5년간 운영하시는 등 다이내믹한 커리어를 거치셨습니다. 나름의 선택 기준이 있었을까요?
김현욱: 27살에 간호대에 들어갔는데, 그전에는 거의 여행 다니고 잠깐 아르바이트하며 지냈어요. 간호대에 간 건 여행을 더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전문직이라 다른 직업에 비해 재취업이 쉬운 편이고, 봉사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간호사 일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5년간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그중 2년이 코로나 시기였는데, 저녁 장사를 하던 식당이라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는 찰나에 파견 간호사를 모집하더라고요. 몇 번 지원했다가 합격해서 3주 정도 다녀왔습니다.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뭐 하나를 제대로 완결 짓지 못하다 보니, 그때그때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을까?', '뭐가 관심이 있나?' 생각해서 큰 고민 없이 선택하고 또 큰 고민 없이 포기하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당시에는 어떤 기준을 갖고 했다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것 같습니다.
Q. 서형님, 글 쓰는 일이 직업이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조서형: 원래 외국어 공부를 좋아해서 무역학을 전공했는데, 생각보다 수학적인 부분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그쪽 머리가 없어서 대학 생활이 재미없었어요. 그때 유행하던 대학생 기자단이나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조차 너무 재밌었어요. 글 쓰고 사진 찍는 게 훨씬 재밌다고 느꼈죠. 졸업 요건 때문에 베트남 무역회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마침 같은 건물 위층에 한인회 신문사가 있었어요. 인턴보다 신문사 아르바이트를 더 재밌게 하면서 '무역 일은 계속할 수 없겠다' 싶어 졸업 후 에디터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Q. 에디터로서 글을 쓴다는 건 블로그에 쓰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조서형: 블로그에 제 생각을 쓰는 것과는 확실히 달라요. 회사나 브랜드의 입장, 광고 등 여러 맥락을 짚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글을 써야 하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잘 안 쓰는 한자어나 고어를 쓰며 아름다운 글에 빠진 적도 있었는데, 잡지 글은 읽기 편하고 필요한 정보를 담아야 하니까요. 독자층도 명확하고요.
Q. 그동안 어떤 매체들을 다루셨나요?
조서형: '고아웃(Go Out)'이라는 아웃도어 매거진에서 시작해, 3040 남성을 타겟으로 한 독립 잡지 '볼드저널(Bold Journal)'에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 외에도 직방에서 만드는 주거 생활 매거진이나 기후 위기 관련 잡지를 2년 정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러다 2년 전, 예전부터 가장 멋있다고 생각했던 남성 패션지인 'GQ 코리아'로 이직했습니다. 지금은 웹사이트 담당자로 일하는데, 주 독자층이 3040 남성분들이라 모바일로 읽기 좋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사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의외로 남성분들이 살림 꿀팁 같은 것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요즘은 혼자 사는 3040 남자들의 관심사가 제 가장 큰 관심사인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조서형: 제게는 '일'이라는 틀 자체가 동기 부여가 됩니다. 약속된 월급을 받고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일을 지속하게 만들죠. 그 틀 안에서 지내다 보면 좋아하는 분야가 더 깊이 있게 확장되는 것 같아요. 결국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선택해서 계속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을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죠.
김현욱: 저는 지금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을 빠르게 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데,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일을 지속하려면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미흡해요.
Q. 현욱님은 자전거 타는 것 자체가 좋으신 건가요, 아니면 목적지로 가는 과정이 좋으신 건가요?
김현욱: 어딘가 목적지로 가고, 여행을 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자전거는 수단인 셈이죠. 자전거 자체가 엄청 좋다기보다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이 좋더라고요. 원하는 공간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거나 캠핑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것들이요.
Q. 현재 두 분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김현욱: 지금은 쉼이 제게 특별하지 않아요. 아이와 함께하고, '히치' 일을 하고,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삶 자체가 그냥 쉼 같아요. 조서형: 예전에는 돈을 벌지 않는 상태가 쉼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생각이 바뀌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마음이 편하고 즐거우면 돈을 벌면서도 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쉰다'의 정의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Q. 아이가 태어난 후 '쉼'에 대한 개념이 '혼자만의 시간'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뀐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현욱: 예전에는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태어나니 주변에서 "몇 시간 맡아줄 테니 카페라도 다녀오라"는 제안을 많이 해주시는데, 오히려 셋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저에게는 휴식이라는 게 와닿더라고요. 아이가 보채고 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셋이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고 충전되는 느낌이 듭니다.
Q. 살고 계신 집을 '볼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내어주고 계십니다.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조서형: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어요. 청소도 해야 하고, '내가 왜 무료로 이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죠. 하지만 남편이 자연스럽게 설득했고, 방문했던 친구들이 늘 새로운 자극을 줬어요. 저 또한 과거에 '카우치서핑'을 통해 여행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고요. 한번은 미국에서 자전거 가방을 만드는 커플이 머물다 갔는데, 여행이 끝난 후 저희 '히치'의 특별 모델을 제작해주기도 했어요. 자연스럽게 파트너십으로 연결되더라고요.
Q. 일과 가족 시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 현욱님은 스스로 '느슨한 태도'를 가졌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현욱: 지금은 균형이 안 맞는 거죠. 일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까요. 번아웃이 올 수도 없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았거든요. 제 태도 문제인 것 같아요. 저에게 일은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끝까지 밀어붙여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조서형: 저는 반대예요. 일을 통한 인정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가 굉장히 큰 편이라, 과거에는 삶 전체가 일에 빠져드는 스타일이었어요. 당연히 거기서 오는 성취감도 크지만, 좌절감도 컸죠. 지금은 가정이 생기면서 일과 삶이 양립 가능한 태도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Q. 이번에 머무신 세컨하우스 '숲섬'에서의 시간은 어떠셨나요?
김현욱: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는데, 집이 좁아 늘 부딪힐까 걱정이었어요. 이곳은 공간이 넓고 걸리는 구조물이 없어 아이가 마음껏 돌아다니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침실, 거실, 부엌이 명확하게 분리된 구조와 쾌적하고 큰 부엌이 마음에 들었어요.
조서형: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서는 아이가 마음껏 두드리고 소리를 내도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아 편했어요. 또 집에서는 해야 할 일이 계속 눈에 보이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으니 온전히 쉬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Q. '숲섬'에 오기 전,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요?
조서형: 예전에는 휴식 시간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읽거나 제 글을 쓰는 걸 좋아했는데, 아이가 생긴 후로는 그런 개인적인 시간이 줄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와서는 남의 글도 많이 읽고, 여유가 되면 일기도 좀 쓰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서 세 끼를 같이 챙겨 먹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초대해서 여름휴가처럼 보냈는데, 정말 좋았어요.
Q. 서울에서의 일상과 '숲섬'에서의 삶의 속도는 어떻게 달랐나요?
김현욱: 이곳은 독립된 공간이라 온전히 우리 시간으로 쓸 수 있어서 모든 게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집과 마당, 산책로 안에서만 생활하게 되니 더 편안하고 고요했죠.
조서형: 저희가 사는 성수동 근처는 항상 분주해요. 카페에 누가 찾아오거나 근처에서 팝업 행사가 열리면 잠깐이라도 다녀오곤 했죠. 여기서는 갑자기 찾아오는 사람이나 참여해야 할 행사가 없으니, 24시간이 온전히 제게 주어진 느낌이 들어 정말 좋았습니다.
Q.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김현욱: 둘째 아이 계획이 있습니다. 새로운 식구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저희에게는 엄청난 변화일 테니, 우선은 그 정도의 계획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 봐야죠. 계획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Q. 마지막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현욱: 제가 제 인생도 똑바로 살고 있지 못해서 남에게 조언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살아보니,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흐름대로 즐겁게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비교해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조서형: 지금 당장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자책할 때도 있겠지만, 나중에 멀리서 보면 우리 모두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들 충분히 잘하고 계시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