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정


MY PEOPLE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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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문희정
“이번엔 뭔가 떠나는 느낌이 달라!”


머무른 집
너른집






한눈에 보는 My People의 이야기

미술을 전공한 뒤 우연히 책을 쓰며 출판 일을 시작했고, 벌써 11년째 독립 출판사를 운영 중인 문희정 작가

늘 ‘집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해온 그는, 이번 여름 공주 유구읍에 있는 마이세컨플레이스 ‘너른집’에 머물렀다. 마당에서는 하늘을 보고, 노천탕에서는 시원함을 느끼고, 가족들과는 큰 식탁에서 함께 시간을 나눴다. 


“짐을 쌀 때 옷은 줄이고 책을 더 챙겼어요.”
그에게 이곳은 여행지가 아닌, 일상과 감각이 살아 있는 구조였다.

마을을 산책하고, 작은 시장과 식당을 들르며 ‘사는 사람처럼’ 지낸 시간은 그가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동네를 알아가는 삶’과도 꼭 닮아 있었다.




Q.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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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 문희정


A. 저는 11년 차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며 글을 쓰는 문희정이라고 합니다. 원래 미술을 공부하다가 우연히 미술관련 책을 쓰면서 출판 일에 발을 들였어요. 결혼 전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첫아이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도 계속해왔고요. 출판업은 지역과 상관이 없어서 서울에서나 지방에서나 집에서 일했어요.



Q.작업실이 사무공간이 아닌 마당있는 집이었다고 하셨죠, 원래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선호하시는 편인가요? 


A. 네, 사실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친할머니, 외할머니 모두 서울에 사셔서 명절에 뉴스에서 시골 풍경을 보면 늘 부러웠어요. 마치 '전원일기'를 보는 느낌이었고, 저런 시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그런 경험을 못 해봐서 더 동경하는 것 같아요. 제 남편은 시골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 툇마루에 누워 밤하늘을 보던 기억이 좋았대요. 


반면 쥐나 벌레 같은 불편함도 있지만, 남편은 그런 것에 면역이 있죠. 이번에 공주에 갔을 때 아이들은 벌레를 볼 때마다 소리를 질렀는데, 남편이 아이들이 면역이 없다고 했어요. 무섭긴 하지만 마당 있는 집에 살 때 땅만 파면 벌레가 나오는 건 당연하잖아요. 좋아하는 꽃을 보기 위해서는 벌레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곤 합니다. 지금도 마당 있는 집에 너무 살고 싶어요.



Q. 이번에 도착하셨을 때의 첫 순간은 어떠셨나요?


A. 첫 순간 딱 느낀 것은 '여기는 펜션이 아니구나' 였어요. 호텔이나 펜션,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새것 같은' 느낌이 없었거든요. 가장 먼저 한 일이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바닥 청소였는데, 그래서 숙소에 놀러 온 게 아니라 '집이구나'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이게 단점이라기보다는, 그냥 느낌적으로 한 번에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에요.



Q. 너른 집 안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A. 일단 보드게임을 많이 했어요. 중간에 큰 식탁이 있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숙소에 가면 침대는 잘 해놓는데 테이블이 작아서 소파나 바닥에서 먹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테이블이 크니까 그곳을 중심으로 모여서 집에서처럼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이나 공부를, 저는 작업을 했어요. 큰 테이블 덕분에 가족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저는 마당에 있는 거 좋아해서 계속 마당 나와서 시간을 보냈어요. 벌레가 들어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레 들어오면 잡으면 되지"라며 문도 활짝 열어두고요. 



Q. 마당 외에 또 인상 깊었던 공간이 있으셨나요? 


A. 욕실과 이어진 노천탕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설계를 정말 잘하셨더라고요. 거기서 너무 잘 보냈고, 겨울에도 잘 이용할 것 같았어요. 노천탕은 작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었어요. 큰 수영장이었다면 물 채우는 데 하루 걸렸을 텐데, 딱 그 정도 크기라 힐링하기도 좋고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았거든요.

 

냉장고 칸이 나눠져 있는 것을 보면서 '여기 오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놀까'를 계속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 있는 집은 어떻게 놀까, 성인 둘이면 어떻게 놀까 하면서요. 냉장고를 열 때마다 '세상에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네' 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옆집에 두 팀이 오가는 것을 봤는데, 한 팀은 남자 친구들이었고, 두 번째는 남녀 커플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여기 만약 내가 오래 있으면 조금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Q. 혹시 머무시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거나 생각나는 것이 있으신가요? 


A. 시누이가 아이 둘과 함께 와서 2박을 했었습니다. 펜션에서는 안 되는 일인데, 여기는 '내 집' 같아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그 사람들에게도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좋았고요.

또 여행 가기 전부터 달랐어요. 장기간 집을 비우면 냉장고를 비우는 스트레스가 있는데, 이번에는 전혀 없었어요. 이불 짐은 좀 컸지만, 옷을 빨면 된다는 생각에 옷 짐은 확 줄었고요. 아이스박스에 반찬이랑 먹을 것도 가져갈 수 있었고요. 에어비앤비 주택을 좋아해서 자주 가는데, 여기는 아예 달라서 남편에게도 "이번에 뭔가 가는 느낌이 다르다"고 계속 말했어요.



Q.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아이들은 제가 에어비앤비 주택에 가면 별로 안 좋아해요. 너무 많이 가봐서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가끔 호텔에 가면 '호텔이다!' 하면서 좋아하는데, 너른집은 좋아했어요. 아이들이 단순히 수영장이나 놀 곳이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취향이나 감정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수영장 있으면 싼 데 아무 데나 가지 뭐' 이런게 아닌, '공간이 잘 만들어진 곳을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Q. 평소에도 에어비앤비를 즐겨 쓰시는데, '마이세컨플레이스'와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일단 최소 숙박 기간이 한 달이라는 점이 다른 것 같고요. 유구읍에 간 것이 처음이었는데, 시골이라 너무 좋았어요. 관광지랑 좀 떨어진 곳이라서요. 에어비앤비는 보통 수요가 있는 관광지 근처에 있잖아요. 그게 편리할 때도 있지만, 아무리 좋아도 사는 사람처럼 지낼 수는 없어요. 그런데 거기서는 진짜 조그마한 시장도 가보고, 추천해주신 밥집도 가봤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장금이네'라는 식당과 버섯찌개 파는 곳이 특히요.

또 빵집도 있었는데, 3시에 열어서 오픈런을 해도 못 살 수 있다는 곳이었어요. 두 번 만에 성공했는데, 엄청나게 대단한 맛집은 아니었지만 '여기 아니면 못 먹어보는 빵집이니까' 그게 다 경험이었어요. 공주를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갔었는데, 이번 방문은 너무 새롭고 좋았습니다.



Q. 평소 여행에서 챙기지 않았던 물건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책을 많이 가져갔어요. 평소에는 여행지 서점에서 책을 산 뒤 여행 내내 아이들과 읽고 와서 그 책으로 여행지를 기억하는 편이거든요. 이번에는 여행 가기 전부터 아이들에게 책 많이 챙기라고 말했어요. 오래 머무는 것도 있지만, '숙소와는 다른 마음가짐'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Q. 반대로 평소 꼭 챙기던 게 필요 없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옷을 많이 안 가져갔어요. 그래서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랑 제가 계속 같은 옷을 입고 있기도 해요. 그리고 장 보는 것도 달랐어요. 하나로마트에서 평소보다 더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남으면 집에 가져가면 되니까' 하면서요. 보통 여행지에서는 먹고 버리게 되니까 과일 같은 건 안 사는데, 이번에는 체리도 사고 복숭아도 샀습니다.



Q. 시스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수납을 잘 해놓으신 것 같아요. 펜션 같은 경우는 뭘 어디다 놔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이 너무 잘 되어 있었어요. 운영도 좋았어요. 핸드폰으로 문을 열고 닫는 것도 좋았고, 설명도 자세히 해주시는 것도요.  오히려 그 상세한 설명에서 만족을 느꼈습니다. 찾는 정보가 그 안에 다 있으니까요.



Q. '마이세컨플레이스'가 어떤 분들께 가장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세요? 


A. 아이 있는 집이요. 다만 아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짐도 많고 침대 높이나 청결에 더 신경 써야 하니까요. 유치원생(6~7세)부터 초등학생까지가 가장 좋아할 것 같아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학원 때문에 일주일씩 다니기 힘들어지고요.



Q. 머무는 동안 좋았던 스팟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저는 원래 공주 구도심을 좋아해서 제민천 공주국립박물관, 미르섬, 공산성,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등등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골에 있으니 집에서 반나절 시간을 보내고 차 타고 나가서 한 군데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했어요. 제민천도 가긴 했고, 연미산 자연 미술 공원도 가봤습니다.


새로운 곳으로는 금강 생태공원을 갔어요. 공원이고 저수지를 끼고 둘레길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공주시에서 하는 무료 물놀이터도 있었어요. 공주 시민이 아니어도 50% 할인받아서 유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곡사도 갔었고요.

아이들 체험 학습 때문에 박물관을 다 가봐서 갈 데가 없었는데, 검색해보니 유관순 열사 모교가 거기 있더라고요. 학교 앞에 작은 역사 박물관처럼 되어 있고, 5분 거리에 바로 아래 충청남도 역사 박물관이, 길 건너에는 공주 최초의 성당인 중동 성당이 있어서 가기 너무 좋았어요.



Q. 작가님은 요즘 어떤 부분에 에너지를 많이 쓰세요? 


A. 저는 요즘 '동네를 알아가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어요. 제 출판사 이름이 '문화다방'인데, '글 그림 커피 동네' 이 네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합친 이름이에요. 제가 사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신혼집으로 서촌을 구하며 행복했는데, 남편 발령으로 지방에 가게 되면서 힘들었어요. 지역이 싫은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지 못했다'는 것이 계속 저를 힘들게 했거든요.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그게 배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 수원으로 이사 온 것은 제가 선택한 거예요. 남편이 용인으로 발령 났는데, 용인은 차로 이동해야 해서 싫었어요. 그래서 용인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걸어 다닐 수 있고, 도시이면서 문화 예술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네이버 지도로 다 찾았죠. 그렇게 수원의 정자동으로 왔는데, 예전에 서촌으로 이사 갈 때 '이웃분들이 다 여기 너무 좋다, 살기 좋다'고 했던 것처럼 정자동에서도 과일 가게 아저씨가 '이사 잘 왔다, 여기 살기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그런 동네를 왔으니 매일매일 동네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사 온 지 6~7개월 정도 되었는데, 고향이 수원인 책방 사장님보다 제가 더 많이 돌아다닌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느 동네든 애정을 가지려면 그 동네를 잘 알아야 해요. 가장 맛있는 과일 가게가 어딘지, 병원이 어딘지, 산책하기 좋은 공원은 어딘지 같은 것들이요.


이러한 저의 가치관 때문에 이번 공주 유구읍의 마이세컨플레이스 경험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펜션이나 호텔에 머무는 것과 달리 진정한 '사는 사람처럼' 지낼 수 있었고, 이 점이 무척 좋았어요.  공주 동네를 집처럼 알아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EVENT!

"나에게도 두 번째 집이 있다면?"

– 문희정 작가 인터뷰 공개 기념, 책 증정 이벤트 –


마이세컨플레이스는 늘 고민합니다.
“어떤 사람이 두 번째 집을 잘 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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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방법

① 인터뷰를 읽고, 댓글에 한 문장을 남겨주세요.

  • 인터뷰를 읽고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느낌도 좋아요.

  • “나에게도 두 번째 집이 있다면?” 떠오른 상상을 적어주셔도 좋아요.

② 댓글을 남겼다면, 간단한 참여 폼(클릭)을 제출해주세요.

  • 이름, 이메일, 연락처를 입력하면 참여 완료!

  • 일부 문장은 마이세컨플레이스 콘텐츠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 참여기간: 8월 19일(화) ~ 8월 25일(월)
📬 발표: 8월 28일(목) / 개별 안내


📸 책 한 권, 필름 한 롤, 그리고 당신의 문장 한 줄.
 지금, 당신만의 두 번째 집을 상상해보세요.